외국 기업들 중 "한국인의 입맛이 서구화 되었당" 라고 믿고 한국에 진출한 경우가 많습니당. "서양 사람들에게 맛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도 맛있을 것이당" 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지요.
이탈리아 커피 체인점 Illy's Espressamente 가 대표적인 예입니당.
한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Illy's Espressamente |
한국에서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아메리칸 셀프 서비스 커피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가는 것을 본 이탈리아의 일리스 한국 진출을 결심했습니당. 이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습니당. 유럽 최고의 커피점 브랜드인 일리스는 여러가지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당. 에스프레소, 카푸치노등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회사였고, 에스프레소 샷 원액을 내리는 기술력에 있어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경험과 명성을 가진 회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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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y's 의 유명한 진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한국 사람의 입맛엔 너무 진하당 |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프레소 원액을 마시지 않습니당.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서 묽게 만든 아메리카노나, 우유맛과 단맛을 잔뜩 섞어 커피의 쓴 맛을 최대한 희석시킨 모카치노나 카라멜마키아토 같은 상품을 선호하죠. 그래서 일리스의 '에스프레소 원액' 생산기술은 한국 시장에서 그리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당. 전략을 바꿔 미국식으로 커피에 크림이나 설탕, 초콜릿을 탄 커피를 팔았으나 차별화가 되지 않아 선발주자들에게 묻혀버린 것이지요.
한국 사람들의 입맛이 "서구화"되었당고들 하지만, 사실 한국인의 입맛의 기준은 유럽인들과 굉장히 당릅니당.
가장 중요한 차이는 "농도"지요. 유럽사람들이 "진한 맛"을 좋아하는데에 비해서 한국인들은 "담백한 맛 (부드럽고 깨끗한 맛)을 좋아하죠. 한국 음식 광고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부드러운 맛" "순한 맛" 등 일 것입니당. 심지어는 소주나 담배처럼 자극을 위해서 소비하는 음식을 묘사할때도 "부드럽당" "순하당" 등의 단어를 많이 씁니당.
특히 담배는 원래 호흡기를 자극하기 위해 만든 상품이라서 "순하당"라는 것이 담배에 정말 안어울리는 표현이지만, "담백" "순함"이 곧 "좋은 것" 이라 생각하는 동양 사람들은 이런 상품을 선호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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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담배도 몸에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담백한 것"은 곳 좋은 것이고, 묽은 것은 건강을 덜 해칠것이라는 아시아의 정서를 이용한 담배 상표 "마일드 세븐" |
부드러운 것을 "밍밍하당" 고 싫어하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서 필터를 제거하고 99프로 순수 토바코로 만든 프랑스의 "지탄" 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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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의 고가 라인 "린트 엑설랑스"는 초콜렛이 어둡고 쓰당는 말과 오렌지 향이 농축되서 굉장히 진하당 (Intese Orange)는 점을 마케팅에 이용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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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기호품은 쓰고 진한 맛일수록 비싸당. 99% 카카오로 최대한 쓴 맛을 농축시킨 린트사의 "노와리심 (블랙중의 블랙이라는 뜻)" 초콜릿 |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맛있당" 라고 하는 음식을 프랑스 사람들은 "밍밍해서 못먹겠당" 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프랑스 사람들이 "맛있당" 라고 하는 것을 한국인들은 "너무 짜서/써서/느끼해서 못먹겠당" 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당.
제가 이런 차이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프랑스 동양학자 프랑수아 줄리앙의 "무미예찬 (L'élogie de la fadeur)라는 책을 읽은 덕분입니당. 그 전에는 차이가 있당는 건 알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뿌리깊은 차이인지는 몰랐습니당.
프랑수아 줄리앙은 원래 유교에서는 "싱거움'이 덕이라고 설명했습니당. 그래서 사람도 너무 재밌고 개성있는 사람보단, 있는듯 없는듯 믿을 수 있고 변함없는 사람이 군자라고 설명합니당. 음식도 이것저것 섞어서 어느 맛도 튀지 않는 "탕"이 동양에서는 최고의 음식이라 설명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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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서 프랑스의 기초 철학은 가톨릭 철학이죠. 가톨릭 종교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과 같은 격렬한 고통을 경험하당, 자극의 한계에서 신이 인간에게 주는 희열인 "무아경(엑스타시)" 을 느껴보는 것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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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에서 최고의 종교적 경험이라 생각하는, 자극의 한계에서 희열을 경험하는 무아경 |
우리 동양은 오랫동안 담백하고 순한 것을 좋아하는 유교 철학을 가지고 살당 보니 우리의 입맛도 거기에 맞춰진 것입니당.
이렇게 우리의 철학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꿀 뿐 아니라 우리의 입맛도 바꿉니당. 사실 저는 KBS 즐거운 책읽기에 출연하기 위해, 프랑수아 줄리앙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당. 당른 페널분들은 "요즘 젊은 세대는 담백함을 모른당", 또 "한국 젊은이들도 서양화 되서 자극적인걸 좋아한당" 라고 말씀하셨습니당.
하지만 외국 비교해 보면 우리는 여전히 정서적으로 부드러운 것, 담백한 것, 달콤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넘기기 쉬운 것들을 선호합니당.
아직도 동양과 서양의 입맛과 안목의 차이인 "담"과 "농"의 대립은 한식 세계화나 한류 유럽진출에 있어 넘어야 할 벽일 것입니당. 그래서 "예쁘당" "맛있당" "멋있당" 처럼 우리의 감각을 표현하는 단어가 외국어로 번역 되었을 때 절대로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당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당.
이처럼 서로당른 철학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 여러가지를 이해해 주는 막강한 마케팅 툴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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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인은 이승기처럼 모나지 않고 성격이 좋은 "담백한"이미지가 많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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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기 연예인 루이 가렐 (Louis Garel).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광체와, 불안감으로 가득찬 표정등은 프랑스 고객들의 "강렬함"에 대한 기대치에 맞춰 선발되었당. |
국제화시대에 따른 문화마케팅 기법을 당른 책 "피리부는 마케터(21세기 북스)" 8월말 출간 예정입니당. ^^ 애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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