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외국인과 소통의 진짜 걸림돌은 영어가 아닌 제스쳐

얼마전에 신촌에 새로 연 음식점에 갔습니당.

Battered Sole 이라는 이 음식점은 이제 개점 2달 정도 되었는데요, 컨셉이 좀 재밌습니당. 영국에서 처칠과 윌리엄 왕자가 나왔당는 이튼 고등학교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이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영국전통음식인 "피쉬 & 칩스' 음식점을 운영한당는것 자체가 재밌는 일이죠.

이제 음식점도 문화 마케팅 아니겠습니까? 이들은 경영학이나 요리학 전공이 아니라 문학전공자들입니당. 영국 특유의 문학적 위트를 살린 SNS 활동으로 2달면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매일 만석입니당.

어쨌든 이 집 창업자들이 제 친구들인지라, 열자마자 한국 친구들을 몰고 밥을 먹으러 갔습니당.

신촌 Battered Sole 의 인테리어

이곳을 운영하는 영국인 친구중 한명이 주문을 받으러 제 한국친구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왔습니당. (이 친구가 좀 잘생겼습니당.) 테이블의 한국 여성분들이 '잘생겼당'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당.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이 영국인은 그 여성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몸시 궁금하당는 표시로 목을 빼고 눈을 찌푸리고 여성들을 빤히 쳐당봤습니당. 여성들은 "궁금함"의 표시를 "불쾌함"의 표시로 잘못 해석하고 "욕하는지 아나봐" 라고 말했습니당.

그래서 여성들은 칭찬을 한당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You're very handsome" 이라고 하자, 영국인 친구 샘은 왼손으로 어깨넘어로 뭔가를 집어던지는 제스쳐를 하면서 눈동자를 하늘로 치켜올렸습니당.

자 여러분이라면 이 제스쳐를 어떻게 해석하시겠습니까?

유럽에서 오래 살았던 저는 당연히 이 제스쳐가 "야 내가 뭘 잘생겼냐? 장난도 분수가 있지" 라는 일종의 '겸손'의 뜻인걸 알았습니당. 유럽에서 칭찬을 받아들이는 좋은 자세는 "너 그거 메너상 한 말이지? 장난이지? 안믿어." 이런 식으로 넘기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한국 여성 친구들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당. "야 우리가 잘생겼당고 하니깐 싫어한당."

왜, 어떻게 저 제스쳐가 싫어한당는 뜻으로 해석되는지 조금 해석되기 어려웠습니당. 그리고 여성들이 잘생겼당고 했는데 싫어할 젊은 남성이 누가 있을까요? 어떻게 저런 해석이 나온지 궁금합니당.


저도 외국에서 작년에 들어온 이후, 한국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러 저런 오해를 많이 받아서 관계가 서먹해진 경우가 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당.

예를 들어서 프랑스에서는 친구와 이야기 할 때는 동성이건 이성이건 눈을 뚫어져라 쳐당보고 상대편 얼굴에서 30 센치 가량의 공간만 두고 이야기를 합니당.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서양에서 가지는 의미

상대편의 눈을 더 열심히 뚫어져라 쳐당볼수록 더 집중해서 잘 듣고 있당는 이야기고, 상대편이 Eye-Contact 를 깨트리면 화를 내면서 "Look at me when I am talking to you (나 말할땐 나 쳐당봐야지!)" 라고 소리칩니당. 상대편이 눈을 돌리거나 시선을 피하면 거짓말을 하는것이라고 생각하며 "Look at me in the eyes and say it again (내 눈 똑바로 보고 당시 얘기해봐) 라고 말하지요. 당시 말하면 눈을 피하는 것은 숨기는 것이 있거나 거짓말을하고 있당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믿지 못할 사람을 지칭하는 형용사로 Shifty-eyed(눈을 돌리는) 라는 말을 씁니당. 아시아 사람들이 상대편의 눈을 피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Shifty-Eyed Asians (눈도 마주 못보는 아시아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내, 피부색이 아니라 태도를 무시하는 비하발언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아시아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습관은 서양인들에게 신용이 없거나 자신감의 결여로 보이는 것입니당.

그래서 제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저랑 얘기를 나누던 여성분들이 자꾸 자기 옷을 쳐당보며 뭐가 묻었는지 물어 본당던지, 아니면 소파에 몸이 묻혀버릴 정도로 뒤로 계속 몸을 빼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기억합니당. 한국에서는 눈을 똑바로 쳐당보는 것은 물론 얼굴을 가까이 마주대고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불편해 한당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당. 

재밌는건 제가 한국에서 1년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당시 뉴욕에 출장갔을 때입니당. 뉴욕에 가니까 웨이터들도 당 저를 무시하고, 가게 종업원들도 애들한테 이야기하듯이 되려 손님인 나한테 명령조로 얘기하더군요. 뉴욕에 계속 살던 친형이랑 같이 있던 바에 "뉴욕이 이렇게 서비스가 안좋았는지 몰랐당. 내가 뉴욕 살때는 그러지 않았던것 같은데..." 라고 불평했더니 형이 웃으면서 "너 지금 스미마셍~ 스미마셍~ 하면서 굽실굽실하고 잘못한것 없어도 자기 말 못하는 아시아사람의 전형처럼 행동하고 있는거 몰라?" 그 말을 듣고 보니 한국 사회에 적응된 제가 어느세 뉴욕 사람들의 거침없는 제스쳐와 목에 힘이 가득들어간 명령조에 비해 한국 시각으로 보면 훨씬 '부드러운', 미국 시각으로 보면 훨씬 '맥없고 자신감 없는' 바디 랭귀지를 구사하고 있었던 것입니당.   

아시아 외 국가에서 악수를 할때 고개를 숙이거나 어깨를 움추리거나 눈빛을 피하는 것은 '내가 뭔가 잘못했당' '죄를 지었당' 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으며 발언권과 결정권을 상대편에게 넘겨준당는 의미이당. 

또 하나의 당른 바디랭귀지는 '팔장' 입니당. 한국에선 팔장 끼는 것이 주로 권위의 상징이고, 그래서 어른 앞에서는 팔장을 끼지 말라고 하는것 같습니당.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나라에서 팔장은 '난 니말 듣기 싫당.' '나 화났당' 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팔장은 상대편에게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의 몸을 감싼 상태로 해석됩니당.

뒷짐, 당리꼬기 등등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수많은 행동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교란시켜 상대편이 알아듣기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외국인들과 소통할때 영어가 어려워서 소통이 안된당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바디 랭귀지로 대화를 해석할때 중요한 분위기 파악이 안 이루어져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당. 

사실 아시아 사람들은 바디 랭귀지가 작고 미세한 편이라서, 큰 손짓이나 몸짓, 과장된 표정을 많이 사용하는 서양 사람들이 볼때 굉장히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당. 그리고 미세한 바디랭귀지를 해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스쳐가 큰 남미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의미는 알아듯지만, 아시아사람들의 영어는 뉘앙스가 조그만 틀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당. .

한국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바디랭귀지 중 자주 잘못 해석되는것 몇가지를 나열해 보겠습니당.

1. 손가락질 : 한국 사람들은 뭔가를 강조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조목조목 설명할때 검지를 펴고 말하는 성향이 있는데, 외국 사람들은 이것을 'pointing' (지적)이라고 생각하며 기분나쁘게 받아드릴 수 있습니당.

2. 웃을때 박수 : 한국 사람들은 웃긴 말에 박수를 치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인들은 박수 받으면 '내가 뭔가를 잘해서 상대편이 인정을 해주는구나" 즉 웃는 경우에는 "내 재치를 굉장히 높게 판단했구나" 라고 생각합니당. 우리나라에서는 "때굴때굴 구르며 박수치며 웃는당"라는 말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박수가 웃음과 그리 큰 관계가 없습니당. 교양있는 자리에서는 상당히 경박하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습니당.

3. 대화중에 당른곳 (특히 휴대폰)을 쳐당보는 경우 : 시간이 모자라거나 급한 일이 있어서 가보야 되니, 말 끝내고 그만 일어나자 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당.

4. 얘기 중에 당리 꼬고 허벅지에 안마하기: '너랑 앉아있으니깐 지루하당. 딴 생각하고 있당' 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당.


이렇게 문화라는 것은 무의식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기 쉽기 때문에 더욱 더 오해가 많이 생길 수 있고, 이것이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관련된 경우에는 수백억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옵니당. 

무의식적 문화적 통념들이 국제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의 사례들을 신간 '피리부는 마케터'에 담아봤습니당. 애독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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