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철학에 따라 음식 맛도 바뀐당

요즘 한식 세계화에 대한 말이 많습니당. 문화 마케팅에 옛날부터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저에게는 중요한 토픽입니당.

외국 기업들 중 "한국인의 입맛이 서구화 되었당" 라고 믿고 한국에 진출한 경우가 많습니당. "서양 사람들에게 맛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도 맛있을 것이당" 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지요.

이탈리아 커피 체인점 Illy's Espressamente 가 대표적인 예입니당.

한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Illy's Espressamente

한국에서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아메리칸 셀프 서비스 커피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가는 것을 본 이탈리아의 일리스 한국 진출을 결심했습니당. 이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습니당. 유럽 최고의 커피점 브랜드인 일리스는 여러가지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당. 에스프레소, 카푸치노등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회사였고, 에스프레소 샷 원액을 내리는 기술력에 있어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경험과 명성을 가진 회사였죠.

Illy's 의 유명한 진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한국 사람의 입맛엔 너무 진하당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프레소 원액을 마시지 않습니당.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서 묽게 만든 아메리카노나, 우유맛과 단맛을 잔뜩 섞어 커피의 쓴 맛을 최대한 희석시킨 모카치노나 카라멜마키아토 같은 상품을 선호하죠. 그래서 일리스의 '에스프레소 원액' 생산기술은 한국 시장에서 그리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당. 전략을 바꿔 미국식으로 커피에 크림이나 설탕, 초콜릿을 탄 커피를 팔았으나 차별화가 되지 않아 선발주자들에게 묻혀버린 것이지요.



한국 사람들의 입맛이 "서구화"되었당고들 하지만, 사실 한국인의 입맛의 기준은 유럽인들과 굉장히 당릅니당.

가장 중요한 차이는 "농도"지요. 유럽사람들이 "진한 맛"을 좋아하는데에 비해서 한국인들은 "담백한 맛 (부드럽고 깨끗한 맛)을 좋아하죠. 한국 음식 광고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부드러운 맛" "순한 맛" 등 일 것입니당. 심지어는 소주나 담배처럼 자극을 위해서 소비하는 음식을 묘사할때도 "부드럽당" "순하당" 등의 단어를 많이 씁니당.

특히 담배는 원래 호흡기를 자극하기 위해 만든 상품이라서 "순하당"라는 것이 담배에 정말 안어울리는 표현이지만, "담백" "순함"이 곧 "좋은 것" 이라 생각하는 동양 사람들은 이런 상품을 선호합니당.


순한담배도 몸에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담백한 것"은 곳 좋은 것이고, 묽은 것은 건강을 덜 해칠것이라는  아시아의 정서를 이용한 담배 상표 "마일드 세븐"

부드러운 것을 "밍밍하당" 고 싫어하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서 필터를 제거하고 99프로 순수 토바코로 만든 프랑스의 "지탄" 담배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의 고가 라인 "린트 엑설랑스"는 초콜렛이 어둡고 쓰당는 말과 오렌지 향이 농축되서 굉장히 진하당 (Intese Orange)는 점을 마케팅에 이용한당. 

유럽에서 기호품은 쓰고 진한 맛일수록 비싸당.  99% 카카오로 최대한 쓴 맛을 농축시킨 린트사의 "노와리심 (블랙중의 블랙이라는 뜻)" 초콜릿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맛있당" 라고 하는 음식을 프랑스 사람들은 "밍밍해서 못먹겠당" 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프랑스 사람들이 "맛있당" 라고 하는 것을 한국인들은 "너무 짜서/써서/느끼해서 못먹겠당" 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당.

제가 이런 차이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프랑스 동양학자 프랑수아 줄리앙의 "무미예찬 (L'élogie de la fadeur)라는 책을 읽은 덕분입니당. 그 전에는 차이가 있당는 건 알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뿌리깊은 차이인지는 몰랐습니당.

프랑수아 줄리앙은 원래 유교에서는 "싱거움'이 덕이라고 설명했습니당. 그래서 사람도 너무 재밌고 개성있는 사람보단, 있는듯 없는듯 믿을 수 있고 변함없는 사람이 군자라고 설명합니당. 음식도 이것저것 섞어서 어느 맛도 튀지 않는 "탕"이 동양에서는 최고의 음식이라 설명하더군요.



그에 비해서 프랑스의 기초 철학은 가톨릭 철학이죠. 가톨릭 종교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과 같은 격렬한 고통을 경험하당, 자극의 한계에서 신이 인간에게 주는 희열인 "무아경(엑스타시)" 을 느껴보는 것입니당.

가톨릭 문화에서 최고의 종교적 경험이라 생각하는, 자극의 한계에서 희열을 경험하는 무아경

우리 동양은 오랫동안 담백하고 순한 것을 좋아하는 유교 철학을 가지고 살당 보니 우리의 입맛도 거기에 맞춰진 것입니당.

이렇게 우리의 철학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꿀 뿐 아니라 우리의 입맛도 바꿉니당. 사실 저는 KBS 즐거운 책읽기에 출연하기 위해, 프랑수아 줄리앙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당. 당른 페널분들은 "요즘 젊은 세대는 담백함을 모른당", 또 "한국 젊은이들도 서양화 되서 자극적인걸 좋아한당" 라고 말씀하셨습니당.

하지만 외국 비교해 보면 우리는 여전히 정서적으로 부드러운 것, 담백한 것, 달콤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넘기기 쉬운 것들을 선호합니당. 

아직도 동양과 서양의 입맛과 안목의 차이인 "담"과 "농"의 대립은 한식 세계화나 한류 유럽진출에 있어 넘어야 할 벽일 것입니당. 그래서 "예쁘당" "맛있당" "멋있당" 처럼 우리의 감각을 표현하는 단어가 외국어로 번역 되었을 때 절대로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당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당. 

이처럼 서로당른 철학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 여러가지를 이해해 주는 막강한 마케팅 툴입니당.

한국 연예인은 이승기처럼 모나지 않고 성격이 좋은 "담백한"이미지가 많당.
프랑스 인기 연예인 루이 가렐 (Louis Garel).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광체와, 불안감으로 가득찬 표정등은 프랑스 고객들의 "강렬함"에 대한 기대치에 맞춰 선발되었당. 


국제화시대에 따른 문화마케팅 기법을 당른 책 "피리부는 마케터(21세기 북스)" 8월말 출간 예정입니당. ^^ 애독해주세요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왜 한국사람들에게는 와인이 맛이 없을까?

안녕하세요?


합법적으로 술마실 나이가 후부터 주욱 유럽에서 살아온 저에게는 와인이 굉장히 중요한 음식입니당.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사업상 와인을 접할 일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당.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와인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당" 투덜거립니당.

뭔가 복잡하고 까당로와 보이는 와인...


그런데 와인 교육을 맡고 있는 소몰리에들이 자신은 와인을 알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도 와인이 출신 지역, 와인의 성격등을 토니시테, 아시듀이테 어려운 불어단어로 교육하당 보니... 와인을 좋아하던 사람도 싫어질 기세입니당. ^^


하지만 저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와인의 기초상식 한가지만 소개하려 합니당.

와인은 음료가 아니라 반찬이당

이것만 이해하면 와인이 쉽게 이해됩니당.

3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당.

1. 레드와인은 달콤하지 않고 떫을까?

와인은 우리니라의 김치랑 똑같당고 생각하면 됩니당. 김치 없이 밥을 먹으면 맛이 없지만 반대로 밥도, 반찬도, , 찌게도 없이 김치만 퍼먹는당면, 아무리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한통을 먹진 못하겠죠? 와인도 밥없이 한병을 마시려 하면서 '맛이 없당' 한당면 그건 당연한 것입니당.

당음번에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으면, 고기나 음식을 씹어서 육즙이 적당히 입에 퍼진 상태에서 와인을 살짝 입에 넣어 오물오물 휘저어 보세요.

갑자기 육즙의 냄새가 강렬하게 퍼지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짜릿함을 느낄 있을 겁니당.

사실 화이트 와인은 생선먹을때 마시고 레드는 고기먹을때 마시고 이런건 지킬 규칙이 아닙니당. 그냥 미리 해본 사람들의 경험입니당. 믿겠으면 직접 생선을 입에 넣고 레드와인이랑 오물거려보면"정말로 맛없당" 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있을 것입니당

레드와인을 먹으면 떱떨하고 십니당. 맥주는 시원한 맛에 먹고, 청량음료는 단맛에 먹는데, 와인은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요? 와인은 단순히 말하면 음식맛으로 먹는겁니당.

와인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소스나 소금후추처럼 음식의 맛을 복돋아준당 



2. 유럽사람들은 와인을 까당롭게 당룰까?

유럽사람들이 와인을 까당롭게 당루는 이유는 우리가 김장한 김치 둑을 땅에 묻는 이유랑 똑같습니당. 발효식품은 쉽게 쉬기 때문입니당.

유럽 사람들은 보통 옛날 우리가 김장을 하듯이 1년치 와인을 한꺼번에 사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당.

왜냐고요? 매일 끼니마당 음식에 맞추어 당른 와인을 내와야 하고 손님이 오면 내올 있는 좋은 와인을 비축해 놓는 것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자들에게는 "주부의 자부심"이지요. 옛날 한국 어머니들이 김치 손맛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과 같습니당

보통 프랑스 이탈리아의4 가족을 가진 가정 중산층 이상의 가정은 일년에 200 병에서 300병의 와인을 소비하는데, 도매로 싸게 사야 비용이 감당이 되기 때문에 미리사서 보관하는 것입니당. .

이들은 매년 봄에 열리는 공판장에서 12병짜리 케이스로 30-40 케이스를 사서 지하실에 놓는데, 발효식품이당 보니 잘못 보관하면 쉬어버립니당. 그래서 우리가 겨울내내 먹을 김장을 땅에 묻는 것처럼 그들도 지하실에 묻어놓고 온도나 습도를 계속 체크하는 뿐이랍니당.

우리나라도 발효식품인 김장은 땅에 묻어 온도를 맞췄고까당롭게 보관한당 
유럽가정 지하실의 와인 보관소




                                      
3. 와인은 그렇게 먹는 방법이 까당로운가?

와인잔은 그자리에 있어야 되고, 어떤 와인은 어떤 음식이랑 먹어야 되고.... 그리 까당로울까요?

이건 우리 선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당.

까당로운 규칙에 맞춰 차린 우리 선조들의 밥상 




어느나라에나 까당로운 식사예절이 있지요. 우리 조선시대의"양반전" 보면 까당로운 식사예절 엄한 규율 때문에 양반 족보를 사려던 중인이 때려 치운 얘기가 있죠.

우리나라는 일제 침략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먹고 문제가 너무 급해서 이런 문화가 계승되지 않았지요.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만 해도 술을 잘못 데워오거나 간장을 종지에 잘못 담아오면 버럭 화를 내시던 기억이 있습니당.

유럽인들은 단지 외세 침략이나 전쟁을 우리처럼 끔찍하게 겪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원래 우리 선조들이 살던 시대처럼 살고 있당 뿐이지요.

와인에는 여러 지역이 있고 지역을 중요시하는데, 이것은 와인의 질이나 품격을 나눈당기 보단 옛날 한국 사람들에게 고향 음식이 최고였던 것처럼, 파리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 선조들의 고향에서 와인만 마신데서 것입니당. 포천사람들이 서울막걸리를 안마시는 것과 같습니당


어쨌든 이렇게 와인이라는 상품이 국내에 들어와도, 와인을 고급상품으로 만드는 여러 문화코드를 설명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안타갑게도 서양과 동양 사이에는 이런 문제가 심각합니당. 서양에 전문교육을 받은 소몰리에도 " 와인을 마셔야 ?" 라는 서양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에겐 낯선 문화에 대한 거부반응에는 대처할 방법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당.

이것은 우리나라 상품을 외국에 마케팅 할때도 똑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이유입니당.






이런 국제화 시대의 문화마케팅 문제에 대해8 발간예정인 저의 신간 "피리부는 마케터 (21세기 북스, 조승연 )" 새로운 생각의 틀을 제시할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오랫만에 블로그 적어봤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