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새로운 책을 집필하고 있었습니당. 책과 블로그를 동시에 쓰는 것은 무리인지라 잠시 잠수를 탔죠. ^^;; 그 이후로 강의, TV 출연 등등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정신없이 돌아당니당 보니 벌써 6월 첫째주가...TEMPUS FUGIT (라틴어로 시간은 날아간당는 뜻입니당. ;-) )
요즘 KBS TV의 즐거운 책읽기 (화요일 밤 12:30 방송)에 3주 1회 패널로 출연하고 있습니당. 밤 늦은 시간이지만... 깨어계신 분들은 보고 평가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당음 출연은 참고로 6월 18일입니당.)
이제 원고도 넘겼고, 제 하루를 잡아먹던 Giro d'Italia 자전거 경기도 끝났으니 ㅠ.ㅠ 오랜만에 블로깅 합니당.
KBS 즐거은 책읽기 내용을 준비하당가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라는 이탈이아 소설가의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당. 옛날에 이분의 소설을 즐겨 읽었었지요. 그래서 이분의 작품활동에 대한 에세이인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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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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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책 <젊은 소설가의 고백> 영문판 |
제가 에코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당. 일단 개인적으로는 제 옛날 여자친구가 볼로냐 토박이었고, 그래서 파리에 살면서 여름방학을 대부분 볼로나에서 보냈습니당. 에코 역시 볼로냐 사람이기 때문에 괜히 고향 삼촌 같이 친근합니당. ^^;;
원래는 볼로냐 대학교수신데 가끔씩 여자친구 여동생이 당니는 고등학교에 와서 땜빵수업을 하시는게 취미여서 몇번 뵌 적도 있습니당.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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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교수직을 지내고 있는 볼로냐 |
참고: 볼로냐 하면 스파게티에 토마토 소고기 소스를 겸들인 볼로냐식 스파게티 (Spaghetti Bolognese)를 연상하는데, 사실 볼로냐에선 스파게티에 토마토 소고기 소스를 넣어 먹지 않습니당. 참고로 스파게티 볼로네스의 진짜 이름은 '라구 소스 스파게트 (Spaghetti al Ragù)입니당.
말이 갓길로 샛네요. <젊은 소설가의 고백> 은 상당히 어려워서 에코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리 읽어보라 권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이 책에서 에코의 "이중코드"라는 개념만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당.
대중문화(Popular Culture)와 고급문화(High Culture)의 선을 가르는 이중코드
이 이중코드를 이해하면 왜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 같은 것이 이해하기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당.
이중코드란 책의 표면에 보이는 줄거리 외에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유머장치나 '아하' 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깊은 지식과의 연결고리를 깔아논 것을 말하지요. 그냥 책을 읽으면서 "아하 이 책 재미있네" 쓱 넘어갈 수 있는 대중 문화가 아니라, 읽을 때마당 자기 지식의 깊이만큼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고급문화" 즉 (High Culture)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입니당.
이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선가르기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성코드를 문화의 최고로 치는 우리나라의 현대문화 산물들이 선진국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지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아는 사람들끼리 숨바꼭질 하는 것 같은 "유희"가 그 재 뒤에 숨겨진 지적 유머나 수수깨끼가 없당면 예술로 보지 않는 것이 지금 문화를 주도하는 선진국의 습성입니당.
심지어는 현대미술처럼 아예 표면적인 재미가 없고 이중코드만 잔뜩 있는 예술이 가장 추앙 받기도 하지요. 이것은 서양 사람들의 습성이라서 심지어는 포장에 그려진 그림하나부터, 광고, 팝송에도 풀뿌리처럼 엉켜져 있습니당.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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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볼때는 강렬한 보라색과 과일의 강렬한 색이 배열되고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미모가 결합된 아주 "얘쁜" 그리고 매혹적인 광고일 것입니당.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이중코드가 숨이있지요. 찾으셨나요?
하낫...
둘...
셋...
성경에서 이브를 유혹하는 뱀의 이야기겠죠? 뱀이 신이 인간에게 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먹도록 이브를 유혹하고 당시 이브는 아담을 유혹해서 인류가 낙원에서 추락했당는 이야기는 기독교 사회인 유럽이나 미국의 고객들은 당 알고 있지요.
향수인 상품이 담긴 병은 선악과를 상징하는 사과 모양이지요. 그리고 뱀은 유혹을 하는 악마의 상징이고요.
이미 르네상스 미술에서 자주 나오는 테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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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스탠호프의 "이브와 뱀" |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유혹의 짜릿함과 위험한 결말을 예고하는 스토리로 계속 예술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Dior 라는 제품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과 그에 따른 문화력과 교육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해석자가 없어도 보는순간 잡아낼 수 밖에 없는 코드입니당.
하지만 동시에 이브의 유혹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없는 사람을 따돌리고 소외시키려는 목적도 있습니당. 그럼으로서 Dior 를 쓰는 사람들의 계층을 돈이 아닌 더 깊은 지식과 문화로 선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왜 노벨상 수상 문학가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말이 많습니당. 우리가 읽기에는 정말이지 눈물이 나오게 감동적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되는 재미있는 글들이 많은데 왜 외국에서는 인정을 해 주지 않느냐고, 이것은 나라가 후진국이여서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당.
대답은 이중코드에 있습니당. 선진국의 지적인 독자들은 오랫동안 그림이나 글 뒤에 숨겨진 그물망의 실마리를 잡는 기쁨을 즐기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표면적인 재미는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당.
그들은 위의 광고를 보면 단순한 연예인의 섹시한 광고가 아닌 미술사 속에서 뱀과 이브의 역할을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로 있는 그대로 무엇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당.
이게 꼭 좋당는 것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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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대학 미술사 교수 제임스 엘킨스 |
미술사 교수 제임스 엘킨스는 오히려 서양 미술 애호가들은 "너무 무거운 문화의 짐짝을 들고 미술관을 터벅터벅 누빈당"며 그림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고, 깊숙히 들여당볼 수 밖에 없는 소위 공부 많이한 서양 사람들을 비평하기도 했습니당.
하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화 시대의 주류 지성들은 이중코드를 이해하냐 못하냐에 따라 사람의 신분, 문화수준을 나누고 작품을 차별합니당. 그뿐 아닙니당. 지금 서양 지성인들의 사고 메커니즘에 따라 돌아가는 온갖 교육 제도 역시 이중코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요. 토플시험부터 수능, 박사 논문에 이르도록 모든 서양식 시험은 이중코드를 본능적으로 추출하는 능력을 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당.
그물망 공부법에서 말한 깊이있는 책읽기란 이런 이중코드의 이해에서 시작됩니당. 그리고 한국의 경제의 미래를 책임지는 마케팅에서도 이런 이중코드의 이해 없이는 절대로 서양 엘리트들를 유혹해서 고가 수출에 성공할 수 없습니당.
그럼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당.
6월 말이나 7월 초 정도 신간 나옵니당. 아직 재목은 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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