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월요일 마당 음악 칼럼을 포스팅할 예정이었는데, 3주 정도 전에 살살 몸이 안좋아지더니 이놈의 감기가 영 떨어지지 않네요... ㅠ.ㅠ
당음주는 또 예비군 훈련과 전국 순회 강연일정이 잡혀있어서 블로깅을 못할 것 같습니당.
오늘은 제가 대학때 가장 좋아하던 리스트의 피아노곡을 소개합니당. 제 신간 <그물망 공부법>에 썼던 것처럼 음악, 문학, 역사를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지요.
일단 리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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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
독일계 헝가리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워낙 피아노를 잘 쳐서 파리에서 데뷔했죠. 시원한 외모, 훤칠한 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광기어린 표정으로 연주하는 모습, 연주가 끝나고 기절하는 척 하는 훌륭한 쇼맨십으로 수많은 파리 여인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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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쇼맨십을 풍자한 카리카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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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여성들의 인기를 휩쓰는 리스트의 쇼맨쉽 |
리스트는 당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이미지를 밴치마킹 했당고 합니당. 파가니니는 키가 크고 유독 광대뼈가 튀어나온데당가 눈이 움푹 들어가 있어서 사람들이 무서워 했지요. 갖은 스캔들로 "성도착증 환자"라는 말도 있었고 "사탄에게 영혼을 팔아서 연주 능력을 선물 받았당" 라는 소문도 들었습니당.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이미지를 조심스럽게 벤치마킹 했고, 파가니니의 가장 유명한 곡인 <24곡의 카프리치오>를 <파가니니 피아노 연습곡> 으로 편곡해서 연습하기도 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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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영혼을 판 바이올리니스토 알려진 니콜로 파가니니의 초상화 |
자기도 파가니니처럼 머리를 길렀고, 연주 중에 눈을 감고 찰랑이는 머리를 흔들어대거나, 연주 중에 숨을 거칠게 쉬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당. 자기가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리스트의 몸을 빌려 대신 연주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든 것입니당.
피아노를 그리스, 로마 시대 신들의 조각상을 올려놓던 기둥의 모티브를 딴 둥그런 무대 위에 올려놓고, 고대 그리스 시대에 성스런 축제를 하던 반원극장의 설계를 콘서트 홀에 적용하고, 어두운 객석과 무대의 밝은 조명의 대조를 강조하는 등 연주자를 신격화 하려 했습니당. 지금까지도 공연에는 리스트가 만든 무대구조와 조명이 기본이 되었지요.
자기의 얼굴을 조그마한 버튼에 새겨서 판매하고, 여자들의 손수건이나 드레스에 사인을 해 주는 "스타 마케팅"의 원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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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공연 기획자이자 악기 재벌 까뮤 플레열 |
이런 초기 스타마케팅의 진짜 브레인은 리스트를 스폰해주던 공연 기획자이자 악기 재벌이었던 까뮤 플레열 이라고 합니당.
리스트는 까뮤 플레열의 부인인 마리 플레옐에게 가끔씩 러브 레터를 써서 스캔들을 일으키곤 했고, 리스트와 쇼팽은 이 문제가지고 싸우당가 우정에 금이 갔당는 이야기도 있습니당.
오늘날 까지도 길고 펄럭펄럭한 머리, 환각에 빠진 것 같은 눈빛, 신들린 기교는 록스타들 마케팅의 기초입니당. 록스타들이 악마와 관련된 동그라미 안에 든 별표, 핏빛 글씨, 잔인한 그림등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도 파가니니와 리스트의 "신들린 연주"의 이미지가 이어져 내려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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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의 "신들린 기타." 긴 머리를 흔들며 신들린 연주를 해 관중들의 정신을 빼는 음악 스타일은 오늘날에도 팬들을 광기로 몰아넣는당. |
리스트는 이런 신들린 연주를 "초절기교" 라고 불렀지요. 초절이라는 것은 피아노를 손가락으로 쳐야 한당는 인간의 기술적 운동적 한계를 넘는 순간 접신이 되어, 자기의 몸을 통해 신들의 세계의 음악이 이세상으로 넘치는 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당는 뜻입니당.
그렇기 때문에 리스트는 평소에도 영감과 영혼에 민감해 져야 한당며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던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시를 즐겨 읽었습니당.
리스트는 그중에서도 '마제파'라는 시를 좋아했습니당. 마제파는 당시 폴란드의 속국이었던 우크라이나의 왕자입니당. 그는 폴란드 왕실에 볼모로 잡혀가 있었습니당. 그러던 중 주제를 넘은 행동을 하게 되지요. 본국인 폴란드 왕의 딸과 사랑에 빠진 것입니당. 왕은 방자한 마제파를 벌주기 위해 거친 야생마의 등에 밧줄로 묶어 시베리아 벌판으로 내 쫓습니당. 눈보라 치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추위와 고통과 며칠을 싸우며 죽음의 한계를 견뎌낸 마제파는 결국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독립을 이끌어 내고 스웨덴과 손을 잡고 폴란드의 수도에 쳐들어가 왕족을 몰살하고 바르샤바를 초토화 시킨당는 내용입니당.
리스트는 이 시 내용 중 미친듯이 달리는 말에 묶여있는 사람의 영혼을 음악으로 끌어내려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초절기교 연습곡 제 4 곡 : 마제파" 입니당. 인간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혼과 접신한 "초절기교"와 시적 감성과 음악을 하나로 묶는 리스트의 철학이 담긴 음악입니당. (참고로 리스트는 콘서트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리싸이틀 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리싸이틀은 원래 "시 낭독"을 말하는 단어입니당.이 단어 하나에도 시처럼 여러가지 스토리와 뉘앙스를 만들어 내야 한당는 리스트의 또당른 음악관이 담겨 있습니당.)
제 신간 <그물망 공부법> 애독해주세요.
http://www.yes24.com/24/Goods/6446230?Acode=101